사서함110호의 우편물_이도우
여긴 너무 서울. 로설 읽을 땐 의식이 현실로부터 평화롭게 분리되는데 이 작품은 도무지 그럴 수가 없음. 특히 프로종로러, 전현직 여의-마포러, 가끔고궁마실러, 서울출사러들은 실명으로 거론되는 상호나 대개 알 법한 건물들, 익숙한 nn년차 아파트상가 앞에서 순식간에 판타지가 주는 편안한 거리감을 상실하게 됨. 이 거리에 해가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공진솔과 이건이 왔다갔다 함. 주인공들 괴로워할 때 독자도 여유없이 동병상련하라는 거 같음. 남주는 요망함. 이성에게 인상을 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 타이밍을 빼앗는 건가 봄. 이건은 진솔의 평범한 자기소개를 빼앗고, 엄중한 쓰레기분리수거의 고독을 빼앗고 민방위 대피훈련의 소중한 멍때리기를 빼앗고, 연애경험 상호교환의 윤리를 배반함. 훅 들어오는 타이..